반(反)서방 파트너였던 러시아·이란, 아시아 시장 두고 경쟁 심화

입력 2022-07-17 22:16   수정 2022-07-23 00:02

서방국가에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이란이 원자재 시장에서 맞붙고 있다. 오랜 기간 제재를 피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던 이란을 러시아가 밀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과 러시아가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원유, 금속 등 원자재 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중립을 표방한 인도와 중국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1위를 다투는 중국과 인도는 올해 들어 러시아산 원유와 금속 등을 헐값에 대량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두 국가를 비롯해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시아 전역에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양국은 친밀한 관계였다. 처지가 비슷해서다. 이란은 핵 개발 프로그램으로 인해 미국의 제재를 받았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서방국가가 제재를 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19일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양국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거란 계획도 밝혔다.

러시아와 이란의 판로가 겹치면서 균열이 나타났다. 러시아는 아시아 국가와 캅카스 인근 국가에 액화석유가스(LPG)를 국제 평균 가격(t당 900달러)보다 6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경유는 국제가격보다 25% 할인해서 매도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제재에 맞서온 이란에는 날벼락이다. 중국과 인도, 터키 등에 석유 제품을 판매하며 활로를 찾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석유 업체들이 유럽 수출 비중을 줄이고 이란의 ‘뒷마당’에 침투하며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란 업체들은 러시아가 ‘불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이란 원자재 브로커는 “인도와 중국 바이어들이 러시아 철강 가격을 기준 삼아 t당 30달러를 깎아달라고 요청했다”며 “(우리에겐) 살인적인 할인 폭이다”라고 토로했다. 이란 석유·가스 수출 연합의 하미드 호세니이 대변인도 “그들(러시아)이 시장을 파괴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과 경쟁할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행보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란 국민이 늘고 있다고 분석이다. 역사적으로 양국이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다. 러시아가 19세기 아제르바이잔 등 페르시아계 제국을 정복했고, 1940년대까지 이란 내정에 간섭했다는 불만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헨리 롬 부소장은 “이란 정부는 서방국가의 경제적 압박을 견디려 석유제품을 아시아에 판매해왔다”며 “러시아가 이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이런 경쟁이 이란의 부담을 증대하고, 서방국가와의 핵 협상에서 이란의 협상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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